코로나로 이제 공연장에 들어가기 전에 열을 재고 본인 인증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동과 모임의 제약으로 늘 불안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에서도 연주회에 올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제는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 하나하나가 모두 감사할 이유가 되었습니다.
헨델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할렐루야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전곡을 들어보거나 전곡을 연주해본 사람은 드물 겁니다. 그런 면에서 대전 시립합창단의 메시아 특별연주는 아주 의미 있다고 할 것입니다.
보통 메조소프라노나 알토 독창자가 연주하는데 오늘 팸플릿을 보니 카운터테너 정민호 씨가 연주할 것 같네요.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네요. 거리두기 완화로 좌석을 한 칸씩 띄워 앉았었는데 오늘은 좌석을 띄우지 않고 빼곡하게 앉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모든 것이 반갑고 새롭네요. 소프라노 석현수 씨는 시립합창단의 전속?ㅎㅎ이시고, 베이스 정록기 씨는 베르디 레퀴엠 등 자주 듣던 최고 베이스 솔리스트시죠. 오늘도 기대됩니다. 아담한? ㅎㅎ 연정국악원 연주홀에 울려 퍼질 아름다운 소리를 예감하며 기다립니다.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서 연주에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 좋네요.

제1부 예언과 탄생
익숙한 서곡 멜로디를 속으로 따라 부릅니다. 소리가 객석을 빨아들이는 듯 모든 것은 소리로 집중됩니다. 아리아(테너) 내 백성을 위로하라. 맑은 테너 소리. 뽑아 올리는 남성 최고음과 빠른 리듬. 가사를 읽으며 감동합니다. 기교, 가벼운 듯하다가 잔물결처럼 물결치는 소리와 맑고 높게 찌르는 소리가 일품입니다. 합창 ‘주의 영광’. 너무 유명한 멜로디가 여성의 아름다운 소리로 시작됩니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화음. 참 좋다! 잘한다! 하며 듣습니다. 샤워하는 듯, 깨끗한 소리가 마음을 정화시켜줍니다. 서창(베이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정록기 씨. 소리는 변함없이 굵고 깊고 넓고 풍부하네요. 체구는 작은데 홀을 울리는 남성의 든든한 소리. 드디어 카운터테너가 일어섰습니다. 카운터테너만의 독특한 소리가 귀 기울이게 합니다. 다름은 신기한 것이 되어 집중하게 만듭니다. 처음 듣는 곡처럼 느껴지네요. 이런 곡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합창 ‘깨끗하게 하시리라.’ 참 아름다운 여성 소리. 최고의 소리에 전율합니다. 각 파트로 번지는 리듬. 화음은 아름답게 번지고 점잖은 남성 소리. 현악기 활도 쓱쓱 매끄럽게 오르내립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수태고지를 카운터테너 소리로 듣는 묘한 느낌. “기쁜 소식을 전하는 자여” 하늘의 소리를 전합니다. 챙챙 쇳소리의 챔발로 연주도 솔로 소리와 어울리며 아름답게 울립니다. 베이스 솔로. 남성 소리가 이렇게 부드럽고 듬직하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자연스러운 소리가 편안하게 들리고 크고 우렁찬 소리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합창 “우리를 위해 나셨다. 한 아기 우리를 위해” 파트별로 돌아가며 외치는 아름다운 소리. 자주 부르던 파트음과 리듬을 속으로 같이 불러봅니다. “기묘라! 모사라” 네 파트가 하나로 합쳐질 때의 일치감. 화음과 리듬은 정확하게 맞아 시원시원합니다. 연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번 뿐인 귀한 소리. 아쉬운 아름다움이 또 절실하며 애틋합니다. 전원교향곡. 잔잔하고 평화로운 선율이 악기 소리로 피어오릅니다. 깨끗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반지처럼 고귀한 선율입니다. 서창(소프라노) 천사가 온 백성에게 전하는 기쁜 소식을 외칩니다. 합창 ‘주께 영광’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 땅에는 평화. 다시 한 번 빠져드는 합창의 묘미. 아리아(소프라노) ‘오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하라’. 객석과 무대가 가까우니 솔리스트의 높고 깨끗한 소리가 바로 내게 날아와 꽂힙니다. “시온의 딸아 한껏 기뻐하여라!” 기쁨의 소리는 높은 소리로 뽑아 떨려 울리며 흔듭니다. 서창(알토) ‘그때에 소경의 눈이 밝아지며’. “무거운 짐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라.” 너그러운 주님의 손길을 노래합니다. 마음으로 손내밀어 그 손길을 붙잡습니다.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으리라.” 듣기는 이렇게 가볍고 경쾌한데 한 마디에 빠르게 연속되는 음표들을 소리로 표현하는 합창단의 기교에 새삼 놀라며 듣습니다. 감동한 음악은 시간을 멈추게 만듭니다. 언제 1부가 이렇게 지나갔나요? 박수! 박수! 휴식시간에 보니까 이번 연주가 전석 매진되었다고 모니터에 써 있네요. 메시아의 위력을 느낍니다.

제2부 수난과 속죄
합창 ‘보라 주의 어린양’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무겁고 우울한 선율이 터벅터벅 걷는 걸음처럼 들립니다. 아리아(알토) ‘주는 모욕 받으셨네’ 어? 카운터테너의 소리가 애절하게 들립니다. 악기 소리도 무겁고 조심스럽습니다. “모욕과 천대 또, 버림 받으셨네. 주의 등을 채찍질했네.” 가사처럼 리듬은 채찍 소리처럼 일정하게 들리며 마음을 아프게 내리 칩니다. “슬픔의 주님. 모든 고통 맛보셨네.” 카운터테너 소리는 1부보다 2부의 애절한 소리에 더 어울리네요. 합창. “그는 우리의 멍에를 지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합창 소리에 마음은 슬프고 부끄럽고 안타깝습니다. “우리의 평화를 위해 그가 징벌을 받았다. 그가 채찍을 맞으므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 합창 소리는 채찍이 되어 가슴을 칩니다. 애통하는 마음으로 숨을 죽이고 듣습니다. 합창 ‘우리는 양떼 같이 헤매었네’. 이리저리 헤매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합창 소리로 들립니다. “우리는 양떼처럼 길을 잃고 저마다 제 길을 따라 갔지만 주께서 우리를 구원하셨네.” 구원하심에 감사한 마음이 합창 소리로 높게 높게 솟아오릅니다. 1부에서는 한 번인가 일어섰던 테너가 2부에서 처음 일어섭니다. “그는 하나님을 믿으니 하나님이 그 생명을 구하리.” 합창이 계속 이어집니다. 지휘자 님의 손짓과 몸짓도 크고 열정적입니다. 테너는 다시 “저들의 모욕에 주님 마음이 상하셨네. 위로할 이 찾았으나 하나도 없네. 하나도 없네!” 위로를 받고 싶어하지만 위로가 필요한 지금 시대에도 위로 보다는 원망과 증오가 많음이 부끄럽습니다. “모두 보라 주님의 이 서러움 누가 당하리오. 주 여호와 하나님은 주 예수님의 귀한 영을 음부에서 구하시고 썩는 것을 아니 보셨도다.” 가사를 쓰며 테너 소리를 들으니 그 가사의 소리가 콕콕 박힙니다. 합창 ‘문들아 너의 머리를 들라.’ “성문들아 머리를 들어라. 영원한 문들아 일어서라.” 합창 소리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외칩니다. “영광의 임금께서 들어가신다.” 만군의 주님을 맞아하라고 아름다운 화음으로 외치고 외칩니다. “만군의 주님 그분께서 영광의 임금이시다.” 악기도 힘차게 긋고 오르간 소리는 붕~ 깊게 울립니다. 합창 ‘주님 말씀하셨네’ “기쁜 소식 전하는 이들이 큰 무리라” 리듬을 신발 속 발가락으로 구르며 합창을 속으로 흥얼거리며 따라 부릅니다. 아리아(소프라노) ‘오 아름다운 그 발이여’ “오 평화의 복음 전하는 그 아름다운 발이여. 기쁜 소식 가져오네.” 기쁜 소식은 밝은 악기와 소프라노 소리로 들립니다. 합창 ‘저들의 소리 온 누리에 퍼져나갔네’ 합창 소리도 메아리처럼 울려퍼집니다. “그 말씀이 땅끝까지 이르리.” 아리아(베이스) ‘어찌하여 열방이 분노하며’ “어찌하여 이방 나라들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 베이스의 분노한 소리로 꾸짖습니다. 굵고 큰 소리로 혼을 내는 베이스 소리. 통쾌한 소리의 꾸짖음. 합창 ‘우리는 그 결박을 끊어 버리자’ 듣기는 이렇게 금방인데 각 파트가 빠르게 주고 받는 저 박자와 리듬을 저렇게 하기까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요. 서창(테너) ‘하늘에서 주님이 비웃으시리라’ 철장. 쇠몽둥이로 깨뜨리고 부술 것이라고 외칩니다. 세상의 불의한 것은 질그릇처럼 깨질 것입니다.

합창 “할렐루야”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객석은 모두 일어섭니다. 여기가 할렐루야지요. 일어서면서 같이 합창합니다. 팀파니는 두드리고 트럼펫도 힘차게 불고. 할렐루야 함께 찬양합니다. 2부의 웅장한 끝! 박수로 연주에 화답합니다.

제3부 부활과 영원한 생명
아리아(소프라노) ‘내 주는 살아계시니’ 많이 듣고 노래한 멜로디를 눈감고 듣습니다. 소프라노의 맑고 깨끗한 소리. “내 주는 살아계시며 다시 오시리로다.” “사망에서 예수 살아나사 자는 자의 첫 열매 되셨도다.” “죽음이 한 사람으로 인해 왔으므로 그리스도로 인하여 살리라.” 힘차고 우렁찬 합창 소리. 베이스의 ‘나팔이 울리면 죽은 자 살리라’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라. 마지막 나팔이 울리면 죽은 자 살리라.” 트럼펫이 나팔 소리로 외칩니다. 나팔 소리에 죽은 자들이 다시 살아나고 우리도 변화되리라고 베이스가 노래합니다. “죽은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으리로다.” 헨델의 시대에 감동으로 노래한 오라토리오가 오늘 지금 질병으로 고통받는 시대에 위로의 말씀으로 들립니다. 음악 소리가 치유의 손길이 되어 죽어가는 것을 되살리는 놀라운 은혜를 내려주기를 바랍니다. 성경에서 말씀하시되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 말씀은 시간을 뚫고, 현재 우리에게 나타나시고 외쳐 알리십니다. “썩을 것이 반드시 썩지 아니할 것을 입겠고, 죽을 것이 죽지 아니함을 입으리로다.” 이 얼마나 놀라운 말씀인가요! 모두를 살리는 구원의 말씀입니다. 서창(알토) ‘성경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 “오! 죽음아 네 독침이 어디 있느냐! 사망의 독침은 죄이며 죄의 권능은 율법이라.” 카운터테너와 테너가 주고 받으며 사망을 향해 외칩니다. “너의 독침이 어디 있느냐”
합창 “감사드리세. 하나님께.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세.” 모두가 함께 승리의 합창을 드립니다.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곡조 있는 기도는 듣는 모두의 마음이 되어 감동한 마음으로 드립니다. 합창 “피 흘리사 우리를 구하셨네. 영광과 존귀 부요와 지혜와 힘과 찬양을 주님께 돌리세.” 따로 떼어 드리는 찬양곡이 반갑게 들립니다. “보라. 위에 앉으신 주의 어린 양. 찬송과 영광 주께 돌리세. 영원히.” FOREVER 그리고 아멘. 아름답게 이어지는 아멘송. 모든 기도의 끝 아멘이 영원히 이어질 듯 이어지며 들립니다. 아아아멘 아멘 아멘! 수많은 아멘의 물방울, 색색이 스며드는 아멘의 색깔, 이리저리 울리는 아멘의 메아리가 황홀하게 울려 퍼집니다.
박수! 박수! 박수! 여러 번의 박수 사례와 환호성.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연주입니다. 감사하고 감동한 박수 소리가 끊어지지 않습니다. 한참을 소리 지르고 손바닥이 빨깨지도록 박수하며 연주의 감동을 담아 무대로 마구마구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