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합창단은 매년 교과서음악회를 기획한다고 한다. 그중 내가 보았던 독립의 노래들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으로 대전시립합창단이 기획한 음악회이다. 그러기에 전체적인 순서는 우리나라의 아픔에서 이 아픔을 이겨냄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잔잔한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두 번째 막이 오르면 무대는 힘찬 노래들로 가득 찬다. 이 합창음악회를 보고 나서 크게 세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혼성합창을 들었을 때의 생각이었다. 교수님께서 혼성합창이 남성합창보다 더 완성되기 어렵다는 말씀을 하셨을 때 처음에는 머리로만 이해하고 와 닿지 않았었다. 하지만 여성이 거의 주된 멜로디들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음의 높낮이 차이가 여성의 높낮이 차이보다 더 크기에 남성의 음 나뉨이 더 잘 들렸고, 남성이 여성보다 인원 수가 더 작음에도 불구하고 남성의 울림통이 더 크기 때문에 남성의 목소리의 크기와 여성의 목소리의 크기가 조화롭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직접 합창을 보니 그저 말로 들을 때보다 더 와 닿았고 몸으로 터득할 수 있었다.

둘째는 합창을 할 때에 목소리만이 아니라 합창단의 구조와 조명의 밝기, 그리고 지휘자의 시선으로도 하나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합창단이 주된 소리를 낼 때와 달리 뮤지컬에서 발췌했던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와 「명성황후」의 ‘백성들이여 일어나라’에서 합창단의 전체적인 구조가 바뀐 것을 볼 수 있었다. 합창단이 구조를 바꿈에 따라 합창단 전체보다 극중 등장인물들에게 더 초점이 맞춰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어둡고 아픈 우리 조상의 삶에 대한 첫 번째 부분보다 이를 이겨내는 몸부림에 대한 두 번째 부분에서 조명의 밝기가 미세하게 밝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명의 밝기가 달라지는 것을 통해 이전의 합창보다 더 큰 힘과 더 큰 강렬함을 합창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애국가 합창 도중 지휘자가 관중을 바라보며 지휘를 하였다. 이것을 통하여 이 애국가는 그저 우리가 듣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서 불려져야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람이 말을 할 때에 그저 전해지는 언어적 부분보다 비언어적 부분을 통해 상대방이 더 정확한 의미를 깨닫는 것과 같이 합창 또한 목소리의 톤과 가사와 함께 행해지는 미세한 구조와 조명의 밝기, 그리고 지휘자의 시선으로 정확한 합창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합창을 보며 느꼈던 것은 지휘자의 중요성이었다. 합창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예술 활동이다. 만일 합창단이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외웠다고 할지라도 지휘자가 없다면 언제 틀릴지 노심초사하게 되고, 만일 단 한명이라도 약간 어긋나게 된다면 이는 바로잡기 어려울 것이고 끝까지 바로잡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지휘자가 없다면 처음 연습하는 것부터 힘들어지기에 합창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독립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이와 같이 아름다운 합창을 듣기 위해서는 지휘자가 중요하다는 것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