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합창단은 무척이나 많이 있지만

오라토리오를 연주하는 합창단은 서울에 몇몇 합창단을 제외 하면

지방에서는 아주 드문 일이다

다행히 대전시립합창단은 아주 특출한 지휘자를 만나서

언제나 고급스런 전문합창을 연주하는 것이 고마운 일이다

난 원주에 살고 있지만

대전 시립합창단의 레파토리가 좋아서 작년에 엘리야에 이어

두 번째로 대전까지 연주를 보러 왔다

2천석도 넘어 보이는 홀이 가득 찬 것에 우선 놀랐다

이런 애호가들이 있으니 합창단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백 명에 가까운 정기회원 수도 놀라웠다

연주회가 시작되면서 놀라움은 더해갔다

투명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운 합창에 넋을 잃었다

‘지휘자의 실력이 합창단의 실력’이란 말을 실감했다

50명에 가까운 인원이라 바흐를 연주하기엔 좀 많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난 개인적으로 바흐는 20명 정도가 연주하는 걸 선호한다)

그건 기우였다

20명이 연주하는 것 같은 깔끔한 연주였다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반주 또한 일품이었다

고음악과 원전연주를 전문으로 연주하는 단체답게

바흐를 제대로 표현해 주었다

바흐 연주에 가장 적합한 악단을 불러온 지휘자의 안목이 돋보였다

특히 시종일관 바소 콘티누오를 탄탄하게 연주하는 배기정 첼리스,

오블리가토를 멋지게 연주해낸 리더겸 악장 김지영

그 외에도 환상적인 오블리가토를 연주한 트럼페티스트, 오보이스트, 푸루티스트

모두 다 완벽한 연주였다

솔리스트들의 가창력도 놀라웠다

정록기 교수야 바로크합창이 있을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불려 다니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박승희 테너의 연주는 정말 대단했다

그가 리더로 있는 바흐 솔리스텐의 연주를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오늘의 연주는 특히 압권이었다

타고난 미성에다 뛰어난 가창력!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 바로크음악을 이렇게 잘 소화하는 테너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외국인이면서도 이런 테너를 찾아서 솔리스트로 발탁한 지휘자의 능력도 놀라웠다

연주시간이 너무 긴 곡이라 전곡 연주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이런 멋진 연주를 들은 2011년은 점을 확실히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12월에 멋진 메시아연주나 합창교향곡등을 듣지 못하면 한 해의 점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 버릇이 나에겐 있다)

모처럼 정말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었다

이렇게 멋진 레파토리에 이렇게 훌륭한 지휘자와 합창단을 가진

대전시민들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