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에 대전 시립합창단이 우송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한다기에 손꼽아 기다렸다. 오늘 그 당일이 되었다. 친구와 함께 7시 15분쯤 공연장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공연 이름이 ‘교과서 음악회’라서 그런지 좌석의 대다수가 어린 아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많이 떠들어서 공연할 때도 이렇게 떠들면 어쩌나 내심 걱정을 했지만, 설마 그런 예의도 모르지는 않겠지 생각하며 공연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공연시작 되었다. 박수소리와 함께 잘생기고 훤칠한 임창은 지휘자가 등장했다. 지휘자는 다음 들려줄 음악들에 대해서 친절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목소리가 엄청 좋으셨다. 한껏 여신포스를 품는 합창단원들이 들어섰고 내 마음은 두근대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대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 역시 합창은 언제 들어도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처음 가곡과 동요합창 파트에서는 종이비행기를 부를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는데, 가요를 합창단이 부르는 것도 신기했지만 어떤 예사롭지 않으신 남자분이 갑자기 앞으로 나오셔서 랩을 한 것이 좀 충격(?)적이었다. 내가 음악회를 보면서 제일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을 장면이었다. 지휘자가 아이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도록 유도하시기도 했는데, 프로그램을, ‘교과서 음악회’ 공연 이름 그대로 아이들 수준에 맞추어 진행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오페라는 ‘라 트라비아타’ 중 ‘에스트라노’를 불렀는데 저번에 ‘이태리 오페라 아리아의 밤’공연 때 들었던 곡이었다. 그때도 소프라노 ‘노주호’ 분께서 이 곡을 부르셨는데, 너무 노래를 잘 하셔서 한 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노래를 들으면 온몸에 전율이 흐른다고나 할까? 기교가 많아서 힘들 것 같은데도 연기까지 곁들여서 부르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다음으로 판소리를 했는데, 서양과 동양의 비슷한 종류의 음악을 이렇게 배치해 놓으니 서로 다른 매력을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초등학교 때 열심히 불렀던 사랑가를 다시 들으니 더욱더 친숙하게 다가왔고 저절로 흥이 나게 만들었다.

민요합창 파트는, 교과서 아래서 이론으로만 훑고 지나갔던 곡들을 직접 듣고 ‘아, 이런 곡이었구나!,하고 알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참 괜찮았고, ’프로그램을 유익하게 잘 짰구나‘ 느낄 수 있었다. 특히 나이지리아 민요를 부를 때 탬버린(치는 분이 제일 빛났다.)과 북 같은 것을 치면서 부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음악에 빠져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어느덧 1부가 막을 내리고 2부가 시작되었다. 2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랩소디 인 블루’를 피아노와 관현악으로 연주한 것이 아니라 편곡해서 합창으로 부른 것이었다. 관현악을 합창으로 부르니 적응이 좀 안되었지만 신선함을 줄 수 있었고 ‘어? 이것도 나쁘지 않을걸?’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원래 내가 기악을 무척 좋아 하기 때문에 피아노 5중주로 ‘송어’를 연주한 것도 인상 깊게 보았다.

워낙 유명한 곡인 ‘아윌 팔로우 힘’을 부를 때는 내 고등학교 시절이 잠시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는데 왜냐하면 고등학교 합창대회 때 ‘아윌 팔로우 힘'을 불렀기 때문이다.

마지막 무대로 ‘아에이오우’를 부를 때는 떠들던 아이들도 모두 무대에 시선을 고정하고 따라 불렀던 것이 기억난다. 상당히 흡입력이 강한 무대였다. 나도 공연이 끝난 지 한참 후에도 ‘아에이오우’를 흥얼거리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공연이 끝나고 집에 와서 잠자리에 눕기 전까지는 머릿속의 기억 때문에 계속 음악과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공연 자체만은 너무너무 유익하고 즐거웠다. 끝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하지만 공연 중에 내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져서 너무 씁쓸했다. 여기저기에서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노래를 따라부르는가 하면, 가만히 앉아있지못하고 계속 돌아다녀서 공연을 집중해서 보기가 너무 어려웠다. 청중들의 수준이 너무 떨어졌다고나 할까? 내가 떠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모르게 너무 민망하고 죄송스러웠다. 같은 동구에 사는 사람으로써 대전 시립합창단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