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출신과 이념, 종교를 떠나 청중들의 마음과 영혼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예술입니다."

지난 22일 연습실에서 만난 빈프리트 톨 대전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사진)은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의 가치에 대해 관객들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하는 가교와 같은 존재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2007년 제7대 대전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위촉된 그는 취임 이후 바흐 'B단조 미사 BWV 232', '마태 수난곡 BWV 244' 등 바로크 합창의 진수부터 현존하는 현대합창음악 대가들의 곡까지 폭 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이며 대전 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합창단의 지휘봉을 잡은 지 15년,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입·출국이 제한되며 내한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불편함이 따랐고, 무관중 공연으로 느끼는 허전함도 컸다.

그는 "내한 후 호텔에서 2주 동안 자가격리를 의무적으로 해야 했는데, 창문조차 열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이 컸다"며 "무엇보다 관객들이 그리웠다. 언젠가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인사를 올리는데, 텅 빈 관중석을 바라보자니 아쉬운 마음이 적잖게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음악을 통해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버텼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가 공연을 기획하며 주목하는 부분은 '교감'이다. 음표 속 메시지가 관객의 마음에 깊이 다가가고, 관객과 관객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다. 그는 자신의 역할을 '음악과 관객을 잇는 전달자'로 비유했다.

합창단은 제156회 정기연주회 '평화'를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열리는 이번 공연은 전반부에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곡들을 편성해 관객의 호기심을 돋웠고, 후반부는 한국인의 정서와 맞물리는 가곡으로 구성해 이해와 신선함을 잡고자 했다. 평화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얻어갈 수 있는 한편, 6·25 전쟁 희생자들과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넋을 기리는 마음도 담았다.

빈프리트 톨 예술감독은 "공연을 준비할 때마다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과연 깊이 있는 예술은 무엇이며, 어떻게 위로와 안식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다"며 "앞으로도 공연을 통해 음악이 지닌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고, 마음과 마음을 연결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