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우리나라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전세계를 강타한 사실을 보면, 그만큼 우리나라 문화, 예술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잘 성장했다는 데서 긍지를 얻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고 흥분시키게 하는 '음악'의 보편성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를테면, 서양의 고전 음악을 전혀 접해보지 않은 아프리카의 어느 부족에게 슈베르트의 가곡을 들려준다고 할 때, 그들이 우리와 같이 감동을 느낄까요? 또는, 갓난 아기에게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려줄 때 그 아이도 역시 음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요?

서양음악을 연구하시는 전문가들에게는, 이런 질문들이 매우 익숙하실 것이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음악철학적인 답을 이미 구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들도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어려움을 느끼지만, 직관적으로 대강의 답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많은 부모님들이 귀여운 아들 딸들을 예술의 전당에 데려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 보편적으로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은, 급격한 사회 변화로 인한 세대차이로 고통받고 있는 우리나라 가정에 밝은 희망이 됩니다. 우리 10, 20대가 쓰는 언어와 부모님 세대의 언어도 서로 다르고, 잘 살아보겠다고 외치며 조국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우리 부모님의 가치관과, 멋진 가수들과 미남미녀 배우들에 열광하는 우리들의 가치관이 서로 다르듯이, 많은 면에서 우리들은 부모님과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 입장에서는, 자식들 때문에 마음 고생많이 하시겠고, 자식으로서 우리들은 부모님께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에 때때로 속상해하곤합니다. 이 때, 서로 같이 즐거워할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그 순간, 우리들은 모두 다시 가까워지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공연이 막 시작하기 전, 제 옆자리에 어떤 귀여운 아이와 그의 어머니가 앉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아이가 방금 전에 공공장소에서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요? 어머니의 눈은 차갑게 날카로워져 있었고, 말투는 냉랭했습니다. 아이는 풀이 죽은 듯 고개 숙이며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머니가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면 집에서 쫓아내겠다는, 무서운 말씀을 하시면서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습니다. 그 후 공연을 보는 내내, 아름다운 합창의 소리가 퍼져나가는 가운데 옆에서 그 아이와 어머니의 신경전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그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지는 듯 싶더니, 그 냉전도 음악의 따뜻함으로 점차 녹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특히, 유명한 오페라 합창을 할 때부터였을까요? 그 동안 서로 말이 없던 두 사람이 "아, 이거 나도 아는 거에요."라면서 말꼬리를 이어가고, "듣기 좋지?" 하면서 좋은 음악에 대해서 같이 공감하면서 모자 사이를 가로막던 딱딱하고 차가운 긴장감이 걷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저는 무릎을 탁 쳤습니다. 아, 음악이라는 것이 화해의 도구가 될 수 있구나, 다르기 때문에 느끼는 그 어색한 거리감을 음악이 연결해줄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이 바로 음악의 보편성의 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그토록 삭막했던 친구들, 연인들 사이를 음악으로 하여금 다시 이어주고 같이 웃게 해주는 힘입니다. 그리고 이 날 그 역할을 대전시립합창단이 멋지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더욱 이 날의 합창단이 우리들, 남녀노소 모두 즐겁게 좋아하고 환영할 수 있던 것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라면 교과서로 쉽게 접했던 독일과 우리나라의 여러 가곡과 함께, 유명한 비제의 카르멘 오페라 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어른들도 왕년에 한때 즐겨 부르던 한국가곡은 우리 정서를 그대로 재현한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마르티니'의 사랑의 기쁨(Plaisir d'amour) 와 '포레'의 파반느(Pavanne)를 보사노바 버전으로 편곡한 곡이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 뮤지컬로 재탄생한 느낌이랄까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는 것처럼, 세련된 느낌의 분위기에, 초한지를 그대로 본따 만든 드라마 '샐러리맨'에서와 같은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익숙한 멜로디와 흥겨운 리듬을 듣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흔들거리고 몸이 씰룩씰룩거립니다.

이렇게 좋은 음악으로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나 기쁩니다. 훌륭한 음악을 들을만한, 훌륭한 관객이 되어야 할 텐데.. 더 많이 듣고, 인내하면 언젠가 '들을 귀'를 가진 소양인이 될 수 있겠죠?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